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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숨 쉬는 풍경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4:23
신혼집은 앞 동에 가로막혀 초록 풍경을 보기 어려웠다. 양가 부모님 모두 먼 지역에 계셔서 신랑과 단둘이 시작했던 부평의 집은 아는 이 하나 없는 고립된 공간이었다. 첫아이가 신생아일 때 아파트 앞 동을 쓱쓱 지우고 싶을 만큼 답답해했었다. 큰아이가 여섯 살, 둘째 아이가 세 살 무렵 집을 알아보려고 부동산에 갔다. 중개인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그 집은 신생아가 있어서인지 베란다 창문은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바깥 풍경이 궁금해 커튼을 살짝 열어보니 그곳에 소나무가 있었다. “와!”~ 소나무는 언제나 푸근하고 여유롭게 웃는 아빠의 웃음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소풍처럼 도시락을 준비해 할머니 산소가 있는 선산을 다녔다. 그곳에 가면 생전에 날 귀하고 어여삐 대해주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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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아가고 있다.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28
지금까지 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감정을 뜨거운 죽처럼 삼켜왔다. 압력밥솥의 김이 새어 나오듯, 오랜 시간 억눌렀던 감정은 어느 날부터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내 눈치를 보며 숨죽였다. 나 역시 통제되지 않는 감정에 미안함과 답답함을 오갔다. 혼자만의 동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렸다. ‘갱년기와 사춘기가 겹친 탓일까?’ 운동과 영양제로 버티려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폭풍 속이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말했다. “내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예민함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감정을 시각화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유년 시절의 외로움과 아버지의 긴 암 투병 기간 아무것도 도울 수 없다는 죄책감이 내 감정의 뿌리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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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에 설레는 마음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27
먹구름 잔뜩 낀 하늘을 보면 설렌다.한낮인데 어둑하게 바뀐 세상낮게 내려온 묵직한 구름이제 곧 굵고 세찬 비가 쏟아질 거다. 우산 없이 등교한 아이들의 하굣길 걱정도퇴근길 빗속을 운전해서 돌아올 신랑도 잊을 만큼 설렌다.대다수의 사람은 맑고 드높은 하늘을 좋아하는데그 많은 맑은 날은 당연한 날로 받아들였나비를 뿌릴 거다. 예고하는 흐린 하늘이 반갑고 고맙다.밖에 있는 가족의 걱정은 하나도 없이 어서 비가 쏟아지길 기다린다.왜 이런 마음일까?빗소리를 좋아해서? 흙냄새가 올라오는 순간이 좋아서?비 온 뒤 더욱 짙어지는 녹음이 좋아서? 빗물에 씻겨 깔끔해진 도로며 비 온 뒤 시원하고 맑은 느낌이 좋아서일까? 내가 느끼는 몇 가지의 좋은 점을 빼면 움직이기가 불편하고 머리 스타일이 엉망이 되는 반갑지 않은 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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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늘을 사랑한다.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26
나는 나의 오늘을 사랑한다.우리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오늘이 있어 감사하다.소박한 밥상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웃음소리.서로의 피부를 쓰다듬을 때 생겨나는 평온이 내 마음을 채운다.꽃과 나무 사이를 거닐 때면바람이 속삭이고달빛이 따스하다.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깊은 감사를 느낀다. 이름을 알고 있는 꽃은 다시 보아 반갑고,모르는 꽃은 우연히 만나 기쁘다.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의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 무한한 안정감에 감사하다.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사랑하며이 마음을 지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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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25
항상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이는 다섯 살, 두 살 딸아이 둘을 데리고 농산물 시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 농산물 시장의 과일전에서 두 아이의 목소리는 크고 빨라졌다. 과일 이름을 누가 먼저 맞히나 내기라도 하듯 “사과, 포도, 딸기~ “ 과일 이름을 외치며 빠른 템포로 종알거렸다. 그러다 채소전 판매대로 발걸음을 옮기면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익숙한 당근과 오이에 눈길이 머물렀고, 아이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엄마, 이건 무슨 풀이야?""이건, 청경채야.""으~응, 그렇구나! 청경채! 먹어?""응, 먹지.""그럼, 엄마, 이건 무슨 풀이야?""아, 그건 냉이야.""아~~! 냉이!""응, 우리 딸 냉이 알아?""응, 나 알지!""그래?""응. 그거 꽃이야!~~"유모차에 앉아 있던 두 살 동생은 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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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TO CU AGAIN!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20
올해 22년 차인 우리 단지에도 나들가게가 있다. 놀이터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가게로 부부 두 분이 교대로 운영하신다. 더운 여름, 놀이터 붙박이로 놀던 우리 아이들에게 시원함을 채워 주던 곳이다. 두부와 달걀, 필수 채소와 과일 몇 가지도 판매하고 있어서 급하게 필요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 내외분들은 단지 내 아이들의 이름을 잘 외우신다.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늘 두 분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두 분의 인사법은 내가 어릴 적 동네 가게에서 느꼈던 인사법과는 다르다. 딱! 심리적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나누는 방식이다. 어른들의 친밀감에 무언가 공유되어 훅 들어오는 인사말에 생각을 정리해서 대답해야 하는 인사법이 아닌 기분 좋은 가벼운 인사법이다. 가벼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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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틈새에서 만난 황금빛 시간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18
부평역사박물관에서 부천 방향으로 굴포천 둘레길을 걷다 보면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아래를 지나게 된다. 십여 분쯤 더 걸으면 서운교라는 다리를 만나고, 그 다리를 건너는 순간 논 멍의 시간이 시작된다. 5월이면 얕은 물에 연둣빛 모가 심긴 논이 펼쳐지고, 여름이면 장맛비와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벼가 우리를 맞이한다.초록 물결 사이에서 흰 백로를 만나기도 하고, 풀잎 끝마다 작은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논은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온 들판이 황금빛 물결로 뒤덮인 듯 찬란하게 빛나고, 가까이 다가서면 벼알 하나하나가 작고 소중한 결실로 반짝인다. 그 위를 가르는 기러기 떼의 날갯짓은 떠남이 아니라, 다시 찾아올 계절을 기약하는 정다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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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커피타임카테고리 없음 2026. 1. 21. 13:16
쓴 커피는 어른의 음료라 생각했다. IMF 시절 대학에 들어가 자판기에서 처음 마신 믹스커피는 달콤하면서도 어른의 씁쓸함이 스며있었다. 학과 건물 1층 코너에 있던 자판기 커피는 새내기 시절 쌀쌀했던 가을부터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과제물을 만들던 추운 겨울 새벽녘까지 온몸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고마운 음료였다. 1층 코너의 자판기 앞 계단은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은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처음 원두커피를 접했을 때가 첫 직장을 갖고부터였다. 직장인 시절, 남자 선배들뿐인 부서에서 나는 담배 타임 대신 커피 타임을 택했다. 사수가 내민 쓴 커피에 서서히 중독되었다. 어느새 헤이즐넛 한 스푼과 블루마운틴 세 스푼을 섞어 마시는 취미가 생겼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생활에서 멀리 시선을 둘..